목록2005-2015/Daily life (25)
Suha's territory
미성년자 딱지를 뗀지 이제 막 7년이 다 되어가려 하건만, 오늘 편의점에서 '신분증 보여주세요' 라는 말을 듣고야 말았다. 요즘 피곤해서 오늘은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굴리라 마음먹었지만, 담배가 떨어졌다는 아버지의 애처로운 눈빛에 굳게 결심하고 옷을 갈아입고 나갔는데... 집 앞 편의점에서, 수없이 사본 결과 가격까지 외우고 있는 모 담배 이름을 들먹이며 성의없는 태도로 '주세요' 하고 담배가 나오길래 딱 집어드는 것까지도 좋았건만, 아줌마가 '신분증 좀 보여주세요' 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 예상치 못햿던 일이라 -_- 당황하며 나이를 밝혔으나 어설펐던 것일까.. 재차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시는 아주머니 + 똘망똘망한 그러나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는 어린이들 때문에 별 수 없이 집으로 다시 ..
고등학교 때인가 잇몸이 부어서 사랑니인가 하고 치과에 갔었는데, 간호사가 무지막지한 힘으로 폴라로이드 필름같은 것을 내 입안에 쑤셔넣어 상처를 내고는 X-ray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서 기쁜 소식을 전해주었다. 사랑니가 아예 없다고. 부은 잇몸은 찢어서 소독을 하는 방식으로 치료해 주었다. 그렇지만 잇몸의 상처보다 필름에 찢긴 상처가 더 오래갔다. 그리고 잇몸이 부었던 원인은 나중에 밝혀졌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 나에게 사랑니가 없다고 믿었다. 오늘 치과에 갔는데 잇몸이 부었다고 하니 X-ray를 찍자고 해서 좀 놀랐다. 굳이 X-ray까지 찍을 필요가 있냐고 물었더니, 말을 은근슬쩍 돌리면서 어쨌든 계속 찍자는 식이었다. 그래서 입 주위 전체 X-ray를 찍었는데.... 사랑니가 있었다. -_- 그..
"아가씨와 잘 지내는 방법은 세 가지 밖에 없어. 첫째, 상대방의 얘기를 잠자코 들어줄 것. 둘째, 입고 있는 옷을 칭찬해 줄 것. 셋째, 가능한 한 맛있는 음식을 많이 사줄 것. 어때, 간단하지? 그 정도로 했는데도 효과가 없다면, 차라리 단념하는 게 나아." - 하루키, 도쿄기담집 '하나레이 만' 中 - 하루키를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사람 글의 전부 다를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누군가가 하루키가 좀 마초스럽다_고 얘기했을 때, 글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예 부인할 수가 없었거든요. 일반명사라고 하기에는 의미가 약간 더 붙은 아가씨란 단어를 언젠가부터 친구들한테도 듣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저 대사 살짝 기분이 나빴습니다만.. 그래도 궁금합니다, 도쿄기담집.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이시라는 한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