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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챔피언

suha 2006. 5. 6. 13:28
찰리와 초콜렛 공장의 작가 로알드 달의 단편 모음집.
로알드 달의 다른 책은 어떨까 싶기도 하고 해서 저번에 다른 거 주문하면서 함께 주문해 보았다.
별 생각없이 집어서 집에 올 때 가지고 왔는데, 단편집이라 기차 안에서 읽기가 편했다. 집에 와서도.
여기는 내 공간이 없어서 아무런 차단 없이 30분 이상 혼자 뭔가를 한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전체적인 평은..
'찰리와 초콜렛 공장'이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느낌이었다면 (사실 모든 동화가 어린이를 위한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이 메르헨 시리즈에 들어가 있는 건 좀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 팀 버튼에 의해 영화화된 것만 봐도.)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몽상가 어른들의 삽질 얘기라고나 할까.

이 책의 주인공들은 다들 뭔가에 살짝 몰두하고(혹은 미쳐)있는, 약간의 광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데 그들은 정상적인 타인의 시선에도 많은 신경을 쓴다(이건 영국인들의 특징인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어, 사냥터의 꿩에게 수면제가 든 건포도를 먹여 소탕하려는가 하면, 개 경주에서 사기를 쳐서 한탕 크게 벌려고 하고, 일정한 직업이 없어서 그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여자친구의 아버지에게 가서 여자친구가 경주견 얘기를 하지 말라고 하자 구더기 공장-_-에 대한 자신의 아이디어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등. 어쨌든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지라 그들은 거의 항상 몰래-비밀리에-밤에-숨어서 자신의 일을 하는데, 항상 예상과는 달리 일이 꼬인다. 가끔은 일이 무섭게 꼬이기도 한다. 결말은 항상 허무하거나 미스테리어스하다. 미스테리 걸작선 1 (스티븐 킹의 금연주식회사가 들어있는)을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매우 짧은데도 불구하고 잘 짜여져 있다는 느낌이 들고, 좀 섬뜩하기도 하지만 무척 재미있다. 삶이 너무 우울할 때 읽지만 않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즐거울 때에 읽어서 다행이다; 며칠만 빨리 읽었어도 평이 하늘과 땅 차이였을지도 모른다.

항상 집에 오면 짐이 무거워져서 놓고 갈까도 생각했는데, 놓고 갔다가는 '왜 넌 꼭 그런 걸 읽냐'라는 말을 들을것 같아서 꼭 다시 들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이 내 취향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엄마는 내 취향(특히 영화 취향)에 상당히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ㄴ-

2006년의 책 24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