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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놓고 읽지 않는 이유

suha 2015. 9. 10. 15:36

얼마전 P군이 물었다. 왜 읽지 않을 책을 사들이냐고. 길지도 않은 그 말이 가슴을 탁 치는 것 같았다. 이유는 그는 모르지만 사무실에 읽지 않은 책들이 한참 더 쌓여있기 때문 잘 모르겠지만, 내가 책을 사고 쌓아둔 게 하루이틀도 아닌데. 그 순간 정말 나는 왜 그럴까하고 궁금해졌다.

읽고 싶어서 일단 사두고 -  다른 읽고 싶은 책이 생기면 또 사두고 - 관심사가 바뀌어서 그동안 산 책은 안 읽고 또 다른 책을 사고 - 이런 패턴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엄마가 되면서부터는 더욱더 읽을 수 있는 책이 줄어들었고, 연구소에서는 다른 건 안주면서 복지비를 많이 주니까 또 그걸로 신나게 지르고.. (이하생략)

요즘 내가 가장 많이 받는 스트레스는 해야될 것 같은 일을 안하는-못하는 데서 오는 것 같다. 읽어야 될 책과 논문도 다 못 읽는데 나는 사놓은 책도 안 읽으면서 계속 다른 책이 읽고 싶고. 책장이 꽉 차서 처분하려고 책을 고르다보면 처분하기 전에 아쉬운 마음에 다시 읽게 되고. 그렇게 해서 책을 처분하느라 다른 책을 더 못 읽게 되고. 악순환의 반복.

에드워드 윌슨이 주장하는 통섭이 정말 효용성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로 이루어진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소내에서 그런 걸 만들면 좋겠다 싶었는데 (모이기가 쉽기도 하고) 일단 나는 하고는 싶지만 게으르고 귀찮고, 어떤 사람이 그 모임의 멤버로 적당한지를 판단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당분간은 그런 모임을 제안하거나 만드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누가 만들어 준다면 기꺼이 참여하고 싶다.

그런 맥락에서 내가 스스로 읽을 생각을 하지 못할 책도 읽고 싶어서 모 sns에서 문학과 인문학 책을 읽는 북클럽에 야심차게 합류했다. 하지만 몇 개월 동안 책은 샀는데 한 번도 책장을 넘겨보지 못한 달이 있다보니 이건 뭐하는 건가 싶고...

뭔가 내가 모르는 분야의 새로운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내가 읽고 싶어하던 책 그리고 사두고 안 읽은 책을 먼저 읽어야 성취감도 느끼고 죄책감 혹은 스트레스도 줄어들 것 같아서 당분간은 내가 사두었던 책 그리고 내가 직업상 읽어야 하는 책들을 먼저 읽기로 마음먹었다. 

읽어야 할 책과 논문도 많고, 읽고싶은 책도 많고.. 해서 이제는 시간관리하는 법과 효율적으로 책을 읽는법에 대한 책을 찾아보고 있다. 이런건 좀더 어릴 때 관심을 가졌어야 하는 분야가 아닌가 싶지만. 20년 넘게 학생 신분으로 지내면서 난 왜 효율에 관심이 없었을까.  

응? 뭐라고? 읽을 책을 더 늘리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