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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와 책

suha 2008. 6. 9.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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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쉽게 읽히지 않는, 감성적이기는 하지만 나름 깊은 생각을 담고 있는 독서기. 어떤 책 하나하나를 놓고 말하기 보다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책의 구절이 생각난다-는 식으로 엮었다. 글쓴이의 멋진-내가 무미건조하게 쓰기 때문에 좀 낯설긴 했지만- 글솜씨와, 접해보지 않은 여러 책들의 소개에 즐겁게 읽었다. 그녀의 책 사랑이 느껴지기도 했고.
 책장이 쉽게 넘어가는 책은 아니고, 천천히 한번에 한 챕터씩 읽기에 좋은 책 같다. 얼마나 많은 책을 읽으면 이런 책을 쓸 수 있을까. 다치바나 다카시씨가 '피와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되는 100권' 에서 텍스트의 입출비에 대해서 얘기했던 것 같은데 (10을 읽으면 1이 써진다든가 하는..), 이 사람들의 출력물을 보면 입력된 책은 도대체 얼만큼인지 상상도 안된다. 제목에 맞춰 웬만하면 침대 위에서 읽어보려고 노력했는데, 읽은 시간이 보통 밤이라서 침대에 앉으면 졸려서....아주 조금씩 읽었다.  

작가가 말하는 침대와 책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1 한번 빠져들면 쉽게 헤어나기 어렵다.
2 역시 시간을 헷갈리게 만든다. 밤을 낮처럼, 낮을 밤처럼 지배한다.
3 양자에게는 저마다 이들을 갈취하고 괴롭히는 사람들이 달라붙어 있다.
책에는 비평가들이, 침대에는 게으른 육신들이.
4 특별한 사람에게만 빌려주고 싶다.
5 화려한 커버를 두르고 있더라도 진가는 내용에서 드러난다.
6 전시장에서는 누워 있는 것을 좋아한다.
7 같이 있다 보면 신체의 변형을 가져온다.
8 때론 잠을 부르고, 때론 잠을 쫓는다.
9 결코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생긴다.
10 필요에 따라 접기도 하고 펴기도 한다.

2008년의 책 그 75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