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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suha 2008. 2. 17. 20:46
요즘 바쁘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하고, 또 라식 수술 후에는 쉽사리 눈이 피곤해져서 책을 별로 읽지 못했다. 참, 라식 수술 경과는... 뭐 그냥저냥 잘 보인다. 아직은 회복기라 갑자기 잘 안보이기도 하는데 (눈이 건조해졌을 때 그렇다고 한다), 한참 일하다가 혹은 공부하다가 그러면 그때는 좀 답답하다. 이거 뭐 안경을 낄 수도 없고...; 하여간 그런 핑계로 최근에 읽은 책들은 전공관련 책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만화책이었다. 그러다가 시작한지 한 달도 넘어서 겨우 한 권을 끝냈다.
역시 손댄지 한 달 넘은 '색맹의 섬'이나 '눈먼 자들의 도시'나 다 눈에 관한 얘기를 다루고 있는데, 우연인지 아니면 눈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무의식적으로 보게 된건지 모르겠다.

이 책은 지루하지도 않고 나름 잘 짜여져 있기는 한데, 읽으면서 대체로 좀 우울했다. 비중이 크든 작든 거의 모든 등장인물이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회 규범의 통제가 불가능해진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행해지는 갖가지 일들이 인간 내면의 잔인하고 이기적인 면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들이라... 나는 인간이 본래 선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런 악한 모습들을 보고, 또 그 모습들이 그런 상황에서는 당연한 것처럼 보여서 우울해졌다.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고 말하는 '인간다움'은 의식주가 제대로 해결된다는 전제하에나 바랄 수 있는 것인 모양이다. 인간들은 그동안 스스로를 너무 미화시키고 싶어한 건 아닐까 싶다.

그동안 재미있는 판타지나 스릴러 같은 걸 좋아하면서 괴롭고 피곤한 얘기들은 조금 멀리해온 것 같은데, 예전에 누군가 '난 코미디 프로그램이 좋아. 그냥 즐겁게 웃을 수 있잖아' 라고 했을 때 현실을 도피하는 것 같아 한심하다고 생각햇던 내 모습이 많이 변한 것 같아 어색하다. 어쩌면 그때의 내가 현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던 거고, 지금은 현실을 인정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2008년의 책 그 16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