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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읽었던 책의 간단 리뷰

suha 2006. 10. 3. 10:22
꼭 써야 하는 건 아니지만 안 쓰고 쌓아두니 마음 속에 숙제가 쌓이는 기분이라 한가할 때 적어봅니다.

일단 첫번째로 꽤 오래된거지만
Culture Shock series의 몽골, Monglia몽골 초원의 말발굽 소리
몽골가기 전에 궁금해서 두 권을 읽었는데, 일단 culture shock series의 책은 편집이나 정리도 잘 되어있고 컬러 화보도 들어있고 하여 꽤 좋았습니다. 몽골에 여행가시는 분들은 한번쯤 읽고 가면 심리적으로 꽤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 책 자체는 괜찮았는데, 두번째 책을 읽고서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몽골 초원의 말발굽소리는 사실 좋은 책이라고 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는 것이 그냥 개인적으로 얘기를 푸는 방식으로 쓴 거라 횡설수설하는 경향도 좀 있고 약간 산만했어요. 그런데 읽다보니 너무 친근한 느낌이 들더군요. 앞서 읽은 책과 겹치는 부분이 너무 많은 겁니다. 문장 하나만 비슷한 게 아니라 문단 하나 혹은 문단 여러개가 아예 한꺼번에 같은 경우도 많았구요. 속단하기엔 이르지만 이런걸 표절이라고 하나 싶더군요. 일단 두번째 책이 훨씬 오래된 거고 절판된 상태인데다, 첫번째 책은 아직 버젓이 팔리고 있으니까 굳이 표절이라면 누가 한 건지는 분명할 겁니다. 물론 이 두 권의 책 전에 다른 책이 있었고 그 책에서 각자 적당히 발췌했을 수도 있고, 저자들 간에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책에는 그런 명시가 전혀 없었습니다. 기분이 좀 묘하더군요. 어쨌든 몽골에 여행을 갈 생각이 있다든가, 몽골에 대해 알고 싶다면 아직도 팔리고 있는 첫번째 책을 추천합니다. 일단 정리는 훨씬 잘 되어 있거든요 :)

옛이야기
다자이 오사무가 쓴 옛날 이야기. 좀 비뚤어지고 삐딱한, 조금은 잔인하기 까지도 한그렇지만 신선한 시각으로 쓴 옛날 이야기입니다. 이야기 자체보다 화자의 독백이 더 많고 계속 중얼거리면서 온갖 방향으로 생각을 하는 것이 약간 산만합니다. 삐뚤어지고 삐딱한 시각, 그리고 옛날 이야기에 상상이 많이 포함되는 것은 전쟁중의 방공호 안이라는 설정으로 무마합니다.
일본의 옛날 이야기를 접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이미 뾰족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터라 삐딱한 시각으로 옛날 이야기를 보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 가끔은 무서울 정도로 삐딱하기도 했지만; 다자이 오사무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롤리타
궁금하기도 하고 X군이 보길래 저도 읽어보았습니다. 어찌나 절실하던지, 읽으면서 화자의 독특한 취향에 거부감이 점점 사라지는 걸 느꼈습니다. -ㅇ- 서술 방법이 꽤 독특한데 막판으로 갈수록 지겨워져서 그냥 슥슥 넘기며 내용만 봤더니 제대로 즐기지는 못한 것 같네요.

마님 되는 법
도서관에 이런 책이 있다니! 놀라워서 빌려 보았습니다. 학교 도서관이 구입할 책을 선정하는 방식에는 항상 의문의 여지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마님 되는 법'에 대한 내용이 좀 있었지만 실제로 유용할 것인지는 잘 모르겠더군요. 후반부로 가면서 마님되는 법이라기보다는 진산 마님의 인생역정 중 삽질한 이야기가 나와서 좋았습니다. 특히 진산 마님의 어머니가 어린 마님을 놀려먹는 이야기가 재미있었어요. 진산 마님의 성장 뒤에는 멋진 어머니가 계시더군요 :)

플라워 오브 라이프
'서양 골동 양과자점'의 작가가 그린 만화입니다. 이 사람도 평범한 얘기를 그리는 편은 아닌 것 같습니다 ^^;;; 이번에도 역시 독특한 인물들이 많이 나옵니다. 1권은 못보고 2-3권만 봤는데 꽤 재미있었어요. 후쿠오카에 갔을 때 서점에서 보았는데 꽤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걸 보면 아직 완결이 안되었고 인기가 좋은 것 같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코스츔 플레이 시키고 싶다!' 와 '이 암퇘지'...ㆀ 가장 마음에 드는 인물은 초단순하고 덩치가 크고 잘생긴, 이름이 누구더라...하여간 머리가 까만 남학생입니다. -ㅇ-

플루토
우라사와 나오키가 그린 아톰 얘기라고 합니다. 아톰은 어릴 때 애니로 잠깐 본 기억은 있는데 줄거리는 전혀 모르겠어서, 이 이야기가 아톰의 이야기와 같은지 아닌지도 모르고 그냥 봤습니다. 오랫만에 본 우라사와 씨의 그림은 역시 표정 연기(?!)가 일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울해서 보다 때려친 20세기 소년은 완결되었나 모르겠군요. 아직 1권밖에 안 나온 것 같은데 스토리는 무지 우울하지만 아톰은 무척 귀여웠어요 :) 우라사와씨가 그렇게 귀여운 얼굴을 그릴 수 있었다니 놀라웠습니다.

냉정과 열정사이 (Blu, Rosso)
사실 이런 이야기 별로 안 좋아하는데 한때 화제가 되었던 책-영화라 조금 궁금한 마음도 있었고, 사실은 실험 시간에 학생들이 표품 관찰할 때 할일이 없었던 지라 후배 책을 뺏어 들고가서 읽었습니다. 차마 실험 수업에 '롤리타'를 들고갈 수가 없었습니다. -ㅇ-
Blu를 먼저 읽었고, 궁금한 마음에 Rosso까지 읽었는데 뭐랄까 둘 다 그다지 공감이 잘 되진 않더군요. Blu는 주인공이 다른 아가씨를 사귀고 있음에도 계속 너무나 강렬하게 '나 아직 너를 사랑한단 말이야!!!!!!'라고 외치는 것 같았고, Rosso는 일상의 묘사가 너무 많았달까요. 에쿠니 가오리를 '남자 무라카미 하루키'라고 부르는 건 일상의 묘사를 많이 해서 그런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에쿠니 가오리는 좋아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괜히 멀리하게 되는 작가였는데, 그다지 궁금증이 풀린 건 아니지만 더 읽고 싶은 생각은 안 들었습니다. 뭐 읽고 싶은 책도 많은데 굳이 읽고 싶은 생각이 안드는 책을 찾아 읽을 필요는 없겠죠. 배낭여행 때 피렌체에도 들렀었는데, 우피치 미술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느라 두오모에는 올라가지도 않았었던 기억입니다. 조금 아쉽기도 하고, 이 이야기를 알고 가는 사람들은 두오모에 가면 느낌이 남다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알프스에 올라가서 만약 자살을 한다면 여기서 하고싶다라는 생각을 한 것과 비슷할려나요.

이중설계
저번에 마트에 붙어있는 서점에 갔다가 다빈치코드-리셉션포인트-히스토리언-등과 함께 있길래 궁금해서 빌려 읽어보았습니다. 뭐 굳이 따지자면 제 취향의 장르이긴 하지만, 글쎄 뭔가 제 타입은 아니었어요. 꿈에서 암시를 받는다든가 하는 신비스러운 장면도 그렇고, 서술하는 방식이 좀 지루하기도 했구요. 2권째에는 결말이 궁금해서 열심히 책장을 넘겼답니다. 몽생미셸에 좀 가보고 싶긴 하더군요 :)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예전부터 좀 읽어보고 싶었었는데, 갑자기 떠올라서 읽어보았습니다. 파블로 네루다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다 그의 시를 읽어본 적도 없는 사람이라 감동이 덜했을것 같은데, 그래도 꽤 감동적이었고 재미도 있었습니다. 남아메리카 쪽에 대해서는 장소도, 역사도 별로 아는 바가 없는데 알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영화 '일 포스티노'도 보고싶어졌어요.

단테의 빛의 살인
'단테의 모자이크 살인'에 한 번 당한지라, 빌려서 읽어보았습니다. 단테의 모자이크 살인은 약 1년 전에 인천-시애틀 비행기 안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는데, 정말이지 실망스러운 책이었어요. 아마 비행기 안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쉬지도 않고 읽지는 않았을 겁니다. 작가는 의욕이 충만한데 독자는 허무한 이야기랄까요. '모자이크 살인도 읽었으니 이것도 읽어주겠다!' 라는 마음에 읽어보았는데, 역시나 허무했어요. 1년전 L군한테 꼭 읽어보라고 (저만 재미없게 느끼는건가 해서;) 권했던게 다시 한번 미안해졌습니다 -ㅇ-

노다메 칸타빌레 15
오랫만에 나온 노다메. 노다메도 조금씩 성장해가고 신이치-노다메의 관계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꾸준히 재미있어서, 계속 나와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캐릭터북이란 게 같이 나온 것 같던데 궁금. 서울로 돌아가면 읽어보아야겠습니다.

+ 쓰려고 마음 먹으면 이렇게 금방 쉽게 쓰는 것을 왜 그렇게 그동안 미뤄두었나 모르겠네요. 아무래도 포스트 하나에 한 권을 쓰는 것과 이렇게 한꺼번에 쓰는 것은 부담의 정도가 많이 다른가 봅니다.

2006년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