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ha's territory
보르 게임 본문
![]() ![]()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 지음, 김상훈 옮김/행복한책읽기 |
<마일즈의 전쟁> - <슬픔의 산맥>에 이어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 중 세번째로 읽은 <보르 게임>. 앞의 두 편에서도 그렇듯이 마일즈가 여기저기 다니며 온갖 삽질을 한다는, 그러나 결국에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야기다. 다만 이제는 마일즈가 많이 성장한 만큼 배경도 넓어지고, 만나는 적의 수준도 높아지고 본격적으로 SF스러워졌다. 이 시리즈에는 항상 '스페이스 오페라' 라는 해설이 따라다니는 것 같은데, 뒤에 실려있는 '작가의 말' 에도 나오지만 이 소설들은 '밀리터리 SF로 포장되어 팔리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SF스러운 부분은 그다지 치밀하지도 않고 각각의 아이템들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은 없는 편이다. 그나마 <보르 게임>이 가장 그런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나 할까. 배경은 우주이고, 내용은 전쟁 얘기이고 바라야라는 국가는 군사 카스트에 기반하는 나라라서 얼핏 보면 상당히 마초스러워보이지만, 상세한 심리묘사 덕분에 이 시리즈는 아직도 주인공과 중심인물의 성장 이야기라는 느낌이다. 이번 편에서는 마일즈의 첫사랑이자 보타리 상사의 딸인 엘레나 - 대단히 순종적인 모습이었는데 결혼까지 했음에도 상당히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물론 남편이 오히려 유약한 타입이기도 하지만 - 와 황제의 성장 이야기도 꽤 비중이 있었다. 이제 마일즈는 대충 다 성장한 것 같지만,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작가의 말' 에서 '나는 글쓰기 작업을 논리라는 이름의 혐오스러운 안개로 휩싸인 계곡을 뚫고 인스피레이션의 고봉에서 고봉으로 옮겨다니는 일에 빗댄 적이 있다' 라는 구절이 상당히 마음에 와 닿았는데, 그건 아마도 내가 치밀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인스피레이션의 고봉에만 큰 관심이 있어서인 것 같다. 지난 몇주간 논리라는 이름의 혐오스러울 정도는 아니지만 고통스러운 안개를 참아내며 고생한 후 바로 읽은 책에 이런 말이 나와있다는 것은 우연일까. 앞으로 나는 그 안개와 좀더 오랜 동안 대면해야 할테니 익숙해지도록 노력해야겠지만, 가끔 이렇게 계곡보다는 멋진 고봉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이야기와 함께라면 삶이 좀더 즐거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저렇게 한글로 번역된 작가의 말은 영어로는 도대체 어떻게 쓰여있었을까- 얼마나 멋진 표현일까 하는 궁금증도 가끔 생기기는 하지만 부졸드의 소설이 좀더 번역되었으면 좋겠다. 보르코시건 시리즈만 해도 2009년의 책 그 13번째 |
http://pinkishcat.cafe24.com/t2009-03-14T00:40:1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