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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사라지다 본문

영원히 사라지다

suha 2008. 7. 20.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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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읽고 완전 반해버린 할런 코벤의 또 다른 소설, '영원히 사라지다'. 토요일에 학교 안 가려고 금요일 아침부터 설치며 밤 10시 넘어서까지 일하고나니 모처럼 한가한데다 비도 하루종일 내려주고 해서, 집에서 뒹굴거리면서 다 읽어버렸다.

줄거리는 간단히 요약하자면, 11년전 한 살인사건에 휘말려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종적을 감춘 형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결혼하려던 애인은 갑자기 사라지는 등 평범한 한 남자에게 갑자기 일어나는 많은 사건들이라고나. 할런 코벤의 소설이니 살인과 음모, 배신, 사랑 등등이 추가되는 건 당연지사.

결론적으로는 이 책 역시 대만족인데, 정신을 못차렸던 저번보다는 약간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여러가지 생각을 했는데, 요즘 스릴러물을 읽으면서 or 보면서 가장 당혹스러운 건 주 내용이 되는 살인이나 음모, 배신 등을 내가 끔찍해하면서도 그 작품들은 참 좋아한다는 거다. 다만 읽을거리나 볼거리로만 좋아하는 거라, 그런 일들이 점점 비현실적인 거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서 약간 걱정이다. 그런 일들은 자주 일어나지는 않을지라도 이 세상에 존재하니까.

또 되게 우스웠던 건, 할런 코벤의 이야기가 참 재미있는 이유가 끊임없는 반전 (이제는 다 끝났다고 생각한 뒤에도 몇 번씩 얻어맞게 되는데 나름 스릴러물을 많이 봤다고 자부하는 나로서는 상당히 신선한 충격이다) 이고, 그게 가능한 건 등장인물들이 마치 s방송국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처럼 교묘하게 다 얽혀져 있기 때문인데, 사실 난 s방송국의 드라마는 무척 싫어하기 때문이다. 뭐, 똑같이 열심히 얽어놨어도 드라마 작가와 이 작가의 능력에는 차이가 있을 수도 있고, 내 취향이라는 것도 반영되겠지만, 어쨌거나 그런 점을 이제서야 눈치챘기 때문에 참 묘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살아가면서 무슨 일에서든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예를 들어 영화 '원티드' 에서 '공짜로 생긴 돈은 빨리 빼자' 라는 교훈을 얻는 L모군이라든가), 이 책을 읽으면서는 우리가 아무리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의외의 면을 발견할 수 있다는 - 그에 대비해서 의외의 모습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 라는 속담처럼 가끔 가까운 사람에게서 의외의 면을 발견하고 놀랄 때도 있는데 (주로 부정적인 면일 때 놀라는 것 같다), 그건 일정 부분 멋대로 기대한 내 책임이기도 하고 어차피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거니까. 놀라는 건 상관없지만, 그냥 저 사람이 저런 면이 있구나- 라고 사실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2008년의 책 그 91번째

+ 같은 작가의 '페이드 어웨이'도 구해두었으니 내일 읽어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