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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들이여 일어나라

suha 2008. 8. 26.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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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제목만 봐서는 좀비가 나오는 이야기처럼 보이는 -실제로 이 책을 갖고있는 걸 본 두 명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2008년의 책 그 101번째, 죽은 자들이여 일어나라.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좀비가 나오는 이야기는 전혀 아니고 '죽은 자들이여 일어나라'는 (아마도 불어 버전이겠지만) 1차대전 때에 많은 전사자들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자주 쓰였던 표현이라고 한다.

어쩌다보니 요즘 추리소설을 자주 읽게 되었는데, 이번에 읽은 것도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추리소설은 일단 읽기 시작하면 손을 놓고 싶지 않아지고, 줄거리를 따라가는 것 외에 다른 잡생각이 몰려들지 않기 때문에 쉬고싶을 때 좋다. 프레드 바르가스라는 필명을 쓰는 이 작가는 무려 '프랑스 추리소설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갖고있다고 한다.

줄거리는 아주 간단히 요약하자면 '수렁에 빠진' 선사시대 연구자 - 중세시대 연구자 - 1차대전 연구자 - 타락한 전직 형사가 경제적 사정으로 한집에 모여살게 되었는데, 이웃에 사는 아줌마가 알고보니 왕년에 날리던 오페라 가수였고 그 아줌마의 고민을 들어주다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ㅁ- 뭐 모든 추리소설이 그렇듯 이상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그걸 해결하려고 모두가 애쓰게 된다.

최근에 세 권이나 읽었던 할런 코벤의 소설들이 잔인하고 치밀하며 여러 개의 장치를 갖고 있다면, 이 이야기는 구성면에서는 상당히 단순한 추리소설이다. 뭐랄까, 굳이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누가 범인인지를 대충 알 수 있다고나 할까. 그런데 여러 재미있는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 인물들간의 사건이나 심리묘사에도 비중을 두어서 추리소설의 형체를 입고 있기는 하지만 상당히 섬세하다는 느낌이다. 이런게 프랑스 추리소설의 재미일까.. (라고는 하지만 모리스 르블랑 외에는 프랑스 추리소설은 거의 안읽어본듯) 어쨌든 애거서 크리스티나 그 외 전통적인 추리소설을 선호하는 독자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 열 번 이상 나왔다고 생각되는 '수렁에 빠진' 이라는 표현이 불어를 안다면 더 재미있게 느껴질 것 같은데, 어차피 불어는 모르고, 아쉬운대로 한국어의 어감도 맘에 들어서 가끔 사용해볼까 한다. 스스로 수렁에서 멀지 않다고 생각해서 더 재미있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