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ha's territory
인생의 베일 The Painted Veil 본문
'페인티드 베일'이라 이름붙어 개봉했던 영화의 원작, 서머셋 몸의 인생의 베일을 읽었다.
예전에는 책을 보고 영화를 보는게 보통이었는데 (대개 순서가 그러하므로), 요즘에는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는 경우가 종종 있다. 책은 묘사가 워낙 자세하여 그걸 영화로 보게 되면 보는 내내 '아 이 장면을 저렇게 찍었구나' 라는 생각만 주로 들어서, 영화를 보고 책을 보는게 오히려 낫다는 생각도 든다. 영화는 이것저것 생략되어 있는 경우도 많으므로 상상력을 발휘할 기회도 주어진다고나 할까; 이 책의 경우도 그렇고 책과 영화가 내용이 약간 다른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하다못해 책에서는 홍콩이 영화에서는 상해로 둔갑하게 된다.)
처음에 영화의 제목만을 보고서, L군과 '페인티드'가 도대체 무엇인지 painted, fainted, feinted를 붙여보며 상상했었는데 (기절한 베일?! 이러면서 지하철에서 깔깔거렸던 기억이 -ㄴ-) ...어쨌든 제목은 영화의 내용과는 딱히 상관이 없고 (기억은 안 나지만 베일이 등장했을지도) Percy Bysshe Shelley라는 사람의 시에서 따온 것. 한글로 해석된 바로는 "오색의 painted 베일, 살아있는 자들은 그것을 인생이라고 부른다"라고 쓰여 있었는데, 시를 대충 읽어본 바로는 잘 해석은 안되었지만 -.- 인생의 현실을 어느정도 왜곡시켜 주는 것이 베일이고, 그 베일을 들추면 보고싶지 않은 현실을 그대로 보게 된다_라는 내용 같았다.
줄거리를 매우 압축하자면, 결혼이 다급했던 여자가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와 결혼한 후, 유부남과 불륜에 빠지게 되고 그 사실을 남편에게 들켜 불행해졌으나, 전염병이 퍼진 중국의 어느 마을에 머물고 수녀원에서 아이들을 돌보면서 생명의 덧없음과 인간과 자연의 위대함을 깨닫고 인생의 교훈을 얻어 성숙해지다_라고나 할까. 이쯤까지 보면 참 흔하디 흔한 소설 같다. 그리고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여기에서 끝난다. 그러나 그 뒤의 내용이야말로 이 책이 나에게 기억에 남는 책이 된 이유, 그리고 책이 쓰여진 지 10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 사는 나에게도 공감을 준 이유다. 어설프게 희망적인 이야기들이 흔히 그렇듯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외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적나라하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서술한 작가의 방식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의 책은 '달과 6펜스'만 읽어보았는데, 좀더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
2007년의 책 그 22번째
+ 오랫만에 블로그에 글을 쓰려니 시작하는 것부터가 상당히 두려웠다. 막상 써보니 쓸만은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