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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자의 아내

suha 2006. 5. 23. 09:50
연애소설이란거 본래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alfie언니랑 라군이 재미있다길래 읽어보게 되었다.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간여행을 다니는 헨리와 그의 연인이자 아내인 클레어의 끊임없는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그 주변인물들에 관한 이야기.

사랑과 연애는 분리하기가 힘든 것이긴 하지만, 명확하게 둘을 분리하지 않아도 둘다 영화나 소설 등의 주된 혹은 부차적인 소재로 가장 흔하게 사용된다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수백 편의 그런 이야기들을 보았을 거고 앞으로도 많이 보게될 것이지만, 이 이야기보다 재미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만한 이야기는 별로 없을 것 같다.
연애를 다루는 데 있어서 일부분-만나서 좋아하게 되는 과정이라든가, 헤어진 뒤의 과정이라든가-만을 다루면 그들의 감정을 증폭시켜서 다루게 되어 무척 감상적이 되기 쉽고, 전체적인 과정을 다루면 대략 뻔해지므로 너무 지루해지기 쉽다. 이 이야기는 절반 정도는 정상적인 시간의 흐름을 다루고 있지만, 그 순간은 과거 혹은 미래의 다른 순간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시작과 끝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거나 다름없다.
읽으면서 나는 작가가 이 소설을 어떻게 썼을까 생각하게 되었는데, 일단은 일어날만한 사건들을 이것저것 마련해놓고 제비뽑기라도 하면서 순서를 정하지 않았을까_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측하기도 어렵고 약간은 뒤죽박죽이다. 보통 소설에서라면 반전이라고 생각할만한 사건도 이 이야기에서는 반전이 될 수 없다는 점이 나름 매력적이긴 하다.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되기 때문에.

스포일러가 되든 말든 상관없이 쓰고 싶은 얘기가 상당히 많았었는데, 약간은 책임감도 느껴지고 쓰고싶은 얘기들을 하룻밤 묵히고 나니 많이 여과되어 버렸다. 어쨌거나 감정만을 내세우는 연애 얘기들보다 이미 시작부터 비현실적인 요소가 전제되는 이 이야기가 훨씬 현실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컬하다.
SF 영화에서 보는 시간여행이란 건 대개 자발적이고 의도한 바대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의 시간 여행은 괴롭고 위험한 요소들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가 존재할 수 없는 시간에 존재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상대방이 나 자신을 알아봐주지 않는다고 해도 기쁜 일일 것 같다. 그리고 서로를 진심으로 믿는 두 사람의 연애 얘기는 무척이나 이상적으로 보였다.

2006년의 책 30번째

+. alfie 언니 책 잘 읽었어요 >ㅁ<